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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수행자들의 맹귀우목 수행 지침서
『수행문답』/법보신문사 엮음/운주사
집 있는 이는 집의 속박으로부터 탈출을 꿈꾸지만 집 없는 나그네는 너무나 많은 자유에 지쳐 거리에서 잠이 든다는 말이 있다. 너무 없으면 없는 대로 너무 많으면 많은 대로 문제는 생기기 마련이다. 삶에 있어 중도(中道)와 중용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스승에서 제자로 비밀스럽게 전해지던 수행법들이 마치 개화(開花)를 하듯 한꺼번에 세간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이제 수행은 쉽게 접할 수 있는 하나의 기호품이 됐다. 그러나 이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많은 수행법 가운데 자신에게 적합한 수행이 어떤 것인지 골라야 하는 수고로움도 수고로움이지만 마치 물건을 고르듯 이 수행 저 수행을 전전하는 ‘수행쇼핑’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야말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수행 전에 올바른 스승을 만나거나 자신에게 적합한 수행법을 고르는 일은 이제 수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 돼 버렸다. 하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그 많은 수행법을 모두 체험해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수행문답』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 책은 한국불교에서 가장 많은 불자들이 수행하고 있는 간화선, 염불, 절, 주력, 위빠사나, 호흡, 자비수관, 사불, 정토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행법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세간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수행법이 유행하고 있지만 불교의 수행법으로는 여기에 소개된 수행법들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책은 각각의 수행법들을 오랫동안 실천하면서 지도해 온 수행지도자들이 풍부한 경험과 지도의 노하우를 살려 서술한 만큼 내용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특히 묻고 답하는 문답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 개념에서 수행의 단계와 구체적인 방식, 각 수행법의 요체에 이르기까지 마치 마주앉아 상담하듯 생동감이 느껴진다.
따라서 수행쇼핑에 중독돼 있거나 혹은 자신에게 맞는 수행법이 어떤 것인지 몰라 고민하던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맹귀우목(盲龜遇木)의 수행 지도(地圖)가 될 것이다. 아울러 기존의 수행자들도 다른 수행법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책은 2004년 1월에서 2008년 1월까지, 만 4년 동안 법보신문에 연재됐던 내용을 다듬고 보충하는 수고를 더해 펴냈다. 글이 연재되는 동안 수행자들의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주는 상담 내용에 독자들의 전화와 격려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서울 육조사 주지 현웅 스님, 일산 우곡선원 장명화 선원장, 인터넷 무불선원 선원장 석우 스님, 한국위빠사나선원 묘원 지도법사, 문사수법회 여여 법사, 명상칼럼니스트 강선희 법사, 절 수행도량 법왕정사 주지 청견 스님, 불력회 회장 박종린 법사, 동화사 강주 지운 스님, 참마음선원 선원장 법인 스님, 한국사경연구회 회장 김경호 법사, 청주 정토사 주지 선용 스님 등 각 수행 파트별로 최고의 지도자들이 연재에 대거 참여한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책은 자기 체험에서 발심해 자신 있게 수행교육에 나선 수행지도자들이 직접 상담한 내용인 만큼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생생한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천은 역시 각자의 몫이다.
만약 수행에 관심 있거나 혹은 수행의 바다에 이미 뛰어든 이라면 이 책을 스승 삼아 줄탁동기(啄同機)의 일대사 인연을 맺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1만7000원.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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