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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행품(菩薩行品)

 
 11. 보살행품(菩薩行品)

그때 석가부처님은 암라나무숲 정원에서 가르침을 설하고 계시었다. 홀연히 그 주변의 땅이 넓어지고 아름다워져 그 곳에 모인 대중은 모두 황금빛으로 빛났다. 이때 아난이 부처님께 여쭙기를 "세존이시여, 어떠한 인연으로 이같이 상서로운 일이 나타났습니까. 홀연히 이 곳이 넓어지고 아름다워져 여기 대중 모두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습니까." 그러자 부처님이 아난에게 이르기를, "이것은 유마거사와 문수사리가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둘러싸여 있는데 이곳에 찾아 올 뜻을 일으켰으므로 이 같이 상서로운 일이 나타난 것이다."
그 때 유마거사는 문수사리에게 말하기를, "함께 부처님을 만나 뵈옵고 보살들과 함께 예배하고 공양하도록 합시다."라고 하자 문수사리가 "좋습니다. 갑시다. 지금이 딱 알맞은 때입니다."

유마거사는 곧 초능력을 발휘하여 모든 대중과 사자좌를 오른 손 바닥에 올려놓고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향하였다. 부처님이 계신 곳에 이르러 사자좌를 땅에 내려놓고 부처님께 예를 표하고 오른쪽으로 일곱 번을 돌고 일심으로 합장한 다음 한쪽에 물러섰다. 수많은 보살들도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아래서 절하고 마찬가지로 일곱 번을 돈 다음 한쪽에 섰다. 부처님의 높은 제자들과 제석천·범천·사천왕 등도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아래 절하고 한쪽으로 물러섰다. 이에 세존께서는 법대로 여러 보살들을 위로하고 저마다 자리에 돌아가도록 하였으므로 모든 사람은 허락을 받아 자리에 앉았다.

석가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시기를, "그대는 뛰어난 보살[菩薩大王]의 자유자재한 초능력의 힘이 미치는 것을 보았는가."
"네 말씀하시는 것을 확실히 보았습니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세존이시여, 저는 초능력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불가사의하여 마음[意]으로 헤아릴 수도 없었으며, 자로 잴 수도 없었습니다."
그 때 아난이 부처님께 물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풍기는 향기는 여태까지 맡아보지 못한 것입니다. 이것은 무슨 향기입니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이는 저 보살들의 털구멍에서 나는 향기이다." 사리불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의 털구멍에서도 이 향기가 납니다. 이 향기는 유마거사께서 중향국(衆香國)에서 그 나라 부처님의 음식을 가져왔기 때문이오. 유마거사의 집에서 그 음식을 먹은 사람은 몸의 모든 털구멍으로 이 같은 향기를 풍기고 있소."
"아난은 유마거사에게 물었다. "이 좋은 향기는 얼마나 오래갈 수 있습니까." 유마거사가 답하기를 "이 음식이 소화되기까지요."
"이 음식은 얼마나 있으면 소화됩니까."
"이 음식의 힘은 7일이 지난 후에 소화가 됩니다. 또 소승(小乘)과 성문처럼 아직 번뇌가 없는 경계[正位]에 달하지 못했을 때 이 음식을 먹으면 번뇌가 없는 경계에 달한 다음에 소화되고, 이미 번뇌가 없는 경계에 이른 사람이 이 음식을 먹으면 마음이 모든 속박으로부터 해방[心解脫]된 다음에 소화가 되지요. 또 만약 대승(大乘)의 뜻을 알았을 때 이 음식을 먹은 사람은 그 뜻을 일으킨 다음에 소화가 되고, 이미 그 뜻을 일으킨 다음에 이 음식을 먹은 사람은 진리를 깨닫는 평안함[無生忍]을 얻은 다음에 소화되고, 이미 진리를 깨달은 평안함을 얻은 다음에 이 음식을 먹은 사람은 다음에 태어날 때는 반드시 부처로서 태어날 것이 약속된 보살[一生補處]이 된 다음에 소화가 됩니다. 예를 들면, 상미(上味)라고 부르는 약이 있는데 이것을 복용해서 몸안에 모든 독이 완전히 없어진 다음에 소화되는 것과 같습니다. 이 음식도 이와 같아서 일체 번뇌의 독이 온전히 없어진 다음에 비로소 소화가 됩니다."

그때 아난이 세존이시여, 이처럼 향기 높은 음식이 능히 불사(佛事)를 이룬다는데 참으로 희유(稀有)한 일입니다. 또,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아난아 바로 그와 같느니라. 이 향기로운 음식은 부처님 나라의 부처님 광명으로 불사를 이룩하기도 하며, 혹은 여러 보살들에 의하여 불사를 이룩하기도 하며, 혹은 부처님이 만든 화현한 사람에 의하여 불사가 이루어지기도 하며, 혹은 보리수(菩提樹)에 의하여 불사를 이룩하기도 하며, 혹은 부처님의 옷과 침구에 의하여 불사를 이룩하며, 혹은 음식으로 불사를 이루기도 하며, 혹은 정원과 숲과 높은 누각으로써 불사를 이룩하기도 하며, 혹은 부처님의 신체적 특징[32相80種好]에 의하여 불사를 이룩하기도 하며, 부처님의 몸으로써 불사를 이룩하기도 하며, 혹은 허공으로써 불사를 이룩하기도 한다. 중생은 마땅히 이러한 인연으로서 규율이 바른 수행의 생활[律行]에 들 수가 있느니라.
또 꿈·환상·그림자·메아리·거울 속의 영상·물 속의 달·한낮의 아지랑이 등, 이 같은 비유에 의해서도 불사를 이룩하며, 혹은 음성·언어·문자로서도 불사를 이룩하며, 혹은 청정한 부처님 나라가 적막하여 무언(無言)·무설(無說)·무시(無示)·무식(無識)·무작(無作)·무위(無爲)로서 불사를 이룩하기도 한다. 아난아 이와같이 부처님의 행주좌와(行住坐臥), 일거수 일투족 모두가 불사(佛事) 아님이 없느니라.

아난아, 이 세상에는 네 가지 악마[四魔]와 8만4천의 번뇌의 문(門)이 있어서 중생은 이들로부터 괴로움을 받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부처님은 참으로 이들 번뇌를 통하여 불사를 이룩하고 있느니라. 이같이 교화하는 것을 모든 부처님의 법문(法門)에 든다고 한다. 그리고 이 법문에 들면 보살은 아무리 청정하고 아름다운 부처님 나라를 본다 해도 기뻐하는 일이 없고, 탐착(貪着)하는 일도 뽐내는 일도 없으며, 또 아무리 더러운 부처님 나라를 보아도 슬퍼하는 일이 없다. 그러므로 마음이 장애를 받지 않고 침울해지지도 않는다. 오직 부처님에 대한 청정한 마음을 알고 미증유(未曾有)하다고 기억하며 공경할 뿐이다.

부처님[諸佛如來]들의 공덕은 평등하다. 그러나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서 나타내는 부처님의 나라는 똑 같지가 않을 뿐이다. 아난아, 너는 부처님의 나라들을 보아라. 그 땅에는 여러 가지 다른 것이 있으나 허공은 한결 같다. 이와같이 여러 부처님의 몸에는 차이가 있으나, 아무 것에도 장애를 받지 않는 부처님의 지혜[無碍智]에는 차이가 없다. 부처님들의 모양[色身]과 뛰어난 신체적 특징[威相], 가계(家系), 계(戒), 정(定), 지혜(智慧), 번뇌로부터의 해방[解脫], 그 해탈의 기쁨에 젖는 것[解脫知見], 몇 가지 지혜의 힘, 네 가지 두려움을 모르는 자신[四無所畏], 부처님에게만이 갖추어진 특성[不共法], 광대한 자비, 위의와 바른 행위, 그 밖에 수명(壽命), 교화(敎化), 중생을 깨달음에 이르게 하고 부처님의 나라를 청정하게 하며 다른 부처님의 가르침도 몸에 지니는 것은 모든 부처님에게 한결같이 갖추어져 있다. 그러므로 최고의 부처님[三먁三佛陀]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여래(如來)라고 부르기도 하며, 붓다[佛陀]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또, 만약 내가 이 삼구(三句)의 뜻을 자세하게 설한다면, 네가 무한한 생명을 가지고 들어도 다 들을 수가 없다. 비유컨대 삼천대천세계에 가득찬 중생이 모두 아난과 같이 가르침의 전부를 듣고서 잘 기억하는 능력을 갖추고, 이 모든 사람이 무한한 생명을 가지고 들어도 전부를 들을 수는 없다. 이같이 부처님들의 최고의 깨달음[阿욕多羅三먁三菩提]은 헤아릴 수 없이 무한하고, 그 지혜와 변설(辯舌)의 재능은 생각이 미칠 수 없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기를, "저는 오늘부터, 제 자신이 누구보다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장 많이 들어서 알고 있다[多聞第一]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두려워하지 말아라. 왜냐하면 나는 네가 소승(小乘)의 가르침을 구하는 자[聲聞]들 가운데서 가장 많이 가르침을 들어서 알고 있는 것이지 보살[大乘]을 포함해서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다.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아라. 지혜(智慧)가 있는 사람이라면 보살을 헤아리지는 않는다. 바다 속을 측량할 수가 없듯 보살의 선정(禪定)이라든가 지혜, 기억력[摠持] 변설의 재능 등 공덕은 헤아릴 수가 없느니라. 너희들은 보살의 능력에 대해서 앞선 생각을 버려야 한다. 유마거사가 한 순간에 보여준 초능력은 자기만의 깨달음을 구하는 성자나 깨달음을 홀로 즐기는 부처[벽支佛]가 무한한 시간[劫]의 백천배(百千倍)를 더 거쳐도 그런 능력이 생겨나는 것은 아니니라."

그 때 중향국의 보살이 합장으로 부처님께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 나라를 처음으로 보았을 때 보잘것없고 비천한 곳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스스로 뉘우치고 그러한 생각을 버렸습니다. 왜냐하면, 수많은 부처님의 훌륭한 방편은 저희들의 생각이 미칠 수 없는 것으로서 중생을 구하기 위하여 그 필요에 따라 온갖 차별이 부처님 나라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세존이시여, 아무쪼록 작은 가르침이라도 베풀어주십시오. 저희들은 본국에 돌아가 마땅히 여래를 염(念)할 것입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중향국의 많은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다하는 것에도 다하지 않은 것에서도 장애를 받지 않는 가르침[盡無盡解脫法門]이 있다. 그대들은 그것을 위해서 정진토록 하여라. 무엇을 다하는 것[盡]이라고 하는가 하면 인연의 화합으로 만들어진 것[有爲法]을 말한다. 무엇이 다하지 않은 것[無盡]이라고 하는가 하면 인연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이 아닌 영원불변(永遠不變)의 것[無爲法]을 말한다. 참 보살은 인연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도 버리지 않고, 영원불변한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인연으로 만들어진 것을 버리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광대한 자비심(慈悲心)을 항상 지니고, 일체를 깊이 아는 지혜[一切智]를 구하여 한순간도 잊지 않으며, 중생을 교화하는 일에 권태를 느끼지 않고 중생을 깨달음에 나아가게 하는 네 가지 방법[四攝法]을 항상 지니고 그에 따라 행하는 것이니라. 또 바른 가르침을 굳게 지키고 신명(身命)까지도 아끼지 않으며, 번뇌를 버리도록 노력하여 피로를 모르며, 마음은 항상 중생을 교화하는 방편과 공덕을 남에게 돌려서 베풀고자하며, 진실을 구하는 일에 게으르지 않고, 진실을 설하는 일에 인색하지 않는 것이니라. 수많은 부처님에게 공양하고자 노력하므로 생사윤회(生死輪廻)의 세계에서도 두려움을 갖는 일이 없으며, 명예나 비난에도 기뻐하거나 슬퍼하지 않는 것이니라.

초심자(初心者)를 경멸하지 않고 수행을 쌓은 부처님처럼 존경하며, 번뇌에 사로잡힌 사람에게는 바른 생각을 일으키게 하지만 번뇌를 멀리 한 즐거움을 귀중하게 여기지 않으며, 자신의 즐거움만을 추구하지 않고 남의 즐거움을 보고 기뻐하며, 선정(禪定)에 있으면서 이를 지옥과 같이 생각하고, 생사를 대하기를 정원을 보듯 하고, 가르침을 구하여 찾아온 사람을 보면 훌륭한 스승을 생각하는 것, 그것을 보살이 인연으로 인하여 만들어진 것을 버리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또, 자기 것은 모두 보시하면서 일체를 아는 지혜까지도 주고 싶어한다. 계를 깨뜨리는 사람을 보면 구해주고 싶어하며, 지혜의 완성[波羅密]을 정진할 때는 부모를 받들 듯 하고, 깨달음의 지혜를 얻기 위한 수행[37道品]은 권속(眷屬)을 대하듯 하고, 선근(善根)을 한없이 성장시키는 것이니라. 온갖 정토(淨土)가 훌륭하게 장식된 것을 취하여 자신의 정토를 세우고, 한없는 보시로서 뛰어난 신체적 특징[相好]을 갖추고, 모든 악을 버리고 몸과 입과 뜻을 맑게 하며, 생사윤회가 아무리 오래 계속된다 해도 마음속에는 굳은 용기가 있고, 부처님에게 무량한 공덕이 갖추어져 있음을 듣고서 스스로도 뜻하여 지치는 일이 없는 것이다.
또, 지혜의 칼로서 번뇌의 도둑을 깨뜨리고 주관과 객관의 대립된 세계[陰界入]에서 중생을 업고 나와 길이길이 해방시키고, 노력에 노력을 쌓아 악마의 군대를 깨뜨리고, 항상 진실한 모습 그대로를 관찰하여 그 마음까지도 떠나는[無念實相] 지혜의 수행에 정진하며, 세속(世俗) 일에는 근소한 소망이 충족될 뿐인데도 만족하지만, 진실을 구하는 깨달음의 수행[出世間]에서는 구하여 충족하는 일이 없다. 더욱 세속을 버리지도 않으며, 바른 행위를 지키고 속세도 따른다. 뛰어난 초능력과 지혜를 발휘하여 중생을 인도하고 염(念)과 기억력을 얻어서 들은 가르침을 잊지 않으며, 능히 중생의 본래의 능력을 판별하여 중생의 의문을 해명하고 명료하게 바른 이치를 설[樂說辯]하며 걸림이 없다.
몇 가지 선행으로 인간과 천상의 복덕을 받고 모든 것에 대해 네 가지 자비심[四無量]으로 닦아 범천(梵天)이 되는 길을 열고, 부처님에게 가르침을 설하여 주시도록 바라고, 마음으로부터 기뻐하며 찬탄하고, 부처님의 소리와 그리고 몸과 입과 뜻의 세 가지 과오가 없는 청정함[身口意善]을 몸에 지녀 부처와 같은 위의(威儀)를 지니며, 바른 행을 깊이 닦고, 행위는 점차 보다 뛰어나고, 대승의 가르침으로 보살의 집단[菩薩僧]을 이룩하고, 방종한 마음은 없어지고, 모든 선(善)을 잃지 않는 것, 법(法)을 이와같이 행하는 것을 보살이 인연으로 만들어진 것도 버리지 않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무엇을 보살이 영원불변한 것에도 안주(安住)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가, 공(空)을 수행하지만 공을 깨달음으로 삼지 않는 것이며, 차별이 없고[無相], 바라는 일도 없다[無作]고 보는 것을 수행하지만, 차별의 모습도 바라는 일도 없는 것이 깨달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모든 것은 인연이 없으면 생(生)하지 않는다[無生]고 배워 알고 수행하지만, 인연이 없으면 생하지 않는다고 아는 것으로도 깨달음을 삼지 않는다.

또, 무상(無常)함을 알면서도 그렇다고 선(善)의 씨앗을 뿌리는 일을 싫어하지 않으며, 세간의 괴로움을 알면서도 그렇다고 생사를 미워하지 않으며, 영원히 변하지 않는 주체는 없다[無我]고 알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을 교화하는 일을 싫어하지 않으며, 깨달음의 경계[寂滅]를 알지만 그렇다고 길이길이 깨달음의 경계에 머물지 않고 염리(厭離)를 알고 있으면서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여 선을 닦고 돌아갈 곳이 없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바른 행에 의지할 것을 바라고, 생하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생하는 것으로서 모든 것을 짊어지며, 번뇌가 없는 경계[無漏]를 알면서도 온갖 번뇌를 끊어 버리지 않으며, 행위를 받는 자가 없음을 알면서도 행위로서 중생을 교화하며, 공이며 무(無)라고 내관(內觀)하면서도 광대한 자비를 베푸는 일을 그치지 않으며, 깨달음의 경계[正法位]를 알면서도 소승에 떨어지는 일이 없으며, 모든 것은 허망하고 변하지 않는 것[牢]은 없으며, 실제로는 개인[人]도, 실체로서의 주체도, 그 외모[相]도 없음을 알고 있으나 모든 것을 구하고 싶은 보살의 근본적인 서원은 아직 완성되어 있지 않으므로 복덕을 쌓고, 선정에 들고, 지혜를 닦는 것을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노력하는 것이 보살이 영원불변한 것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또, 보살은 복덕을 갖추고 있으므로 그 때문에 영원불변한 것에도 안주하지 않고, 지혜를 갖추고 있으므로 인연으로 만들어진 것도 버리지 않는다. 광대한 자비를 가지고 있으므로 영원불변한 것에도 안주하지 않고, 근원적인 서원을 이룰 필요가 있으므로 인연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을 버리지 않는다. 가르침의 약을 손에 넣어야 하므로 영원불변한 것에 안주하지 않으며, 따라서 그 약을 투약(投藥)할 필요가 있으므로 인연으로 만들어진 것을 버리지 않는다. 중생의 병을 알고 있으므로 영원불변한 것에 안주하지 않으며, 중생의 병을 없애기 위해서 인연으로 생긴 것을 버리지 않는다. 보살[正士菩薩]들은 이같이 정진하여 인연에 의하여 생긴 것도 버리지 않고, 영원불변한 것에 안주하지도 않는다. 이것을 다함이 있는 것에도 다함이 없는 것에도 장애를 받지 않는 것을 깨달음의 가르침이라고 이름하느니라. 그대들은 이것을 배워 가도록 하여라."
그때 중향국의 보살들은 이 가르침을 듣고서 기쁨에 넘치고 온갖 아름다운 꽃 속에서 갖가지 색깔과 향기가 풍기는 꽃을 가려내어 삼천대천세계에 뿌리고 부처님과 부처님께서 방금 설한 가르침과 여러 보살들에게 공양하였다. 그리고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 그 가르침의 뛰어남을 찬탄하였다. "석가모니부처님 만이 그 훌륭한 방편을 행하실 수 있을 뿐입니다."라는 말을 마치고 모습을 감추어 그들의 나라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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